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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쓰지 않은 SNS 저격글도 명예훼손이 되는가, '비방할 목적'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

요약

인스타그램이나 단체 대화방에 올린 저격글이 명예훼손이 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대법원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표현의 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차릴 수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봅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제70조)은 여기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더 있어야 하고, 이는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인지와는 별개의 요건으로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되지만, 공익적인 계기가 있더라도 특정인을 압박하는 사적 제재에 가까운 방식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했다면 비방할 목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글을 올리기 전이나 고소를 검토할 때,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를 알아볼 수 있는지와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드러냈는지를 함께 따져 보아야 합니다.

어떤 처벌 조항이 적용되는가

온라인에 올린 글이면 주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그 밖의 경우에는 형법 제307조가 문제 됩니다. 두 조항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 같은 조 제2항: 거짓의 사실을 드러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이 법정형은 2026. 7. 7. 시행된 개정법(법률 제21305호)에 따른 것이고, 그 전의 행위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됩니다(부칙 제4조, 제6조).
  • 형법 제307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 사실이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비방할 목적은 요건이 아니고,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10조).
  • 반의사불벌: 두 죄 모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형법 제312조 제2항).

이름을 쓰지 않아도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가

특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성명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고,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으면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이 사건은 종중 재산 관리를 두고 종중 재산관리위원장과 다툼이 있던 피고인이 마을 방송으로 “어떤 분자가 종중재산을 횡령 착복하였다”고 허위 사실을 알린 경우였습니다. 마을 80세대 가운데 50세대가 종중원이었으므로, 방송을 들은 종중원들은 ‘어떤 분자’가 재산관리위원장을 가리킨다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보아 유죄가 유지되었습니다.

대법원은 2014년에도 같은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인터넷 게시판에 특정 기동대 소속 전경을 자처하며 허위 글을 올린 사건인데, 대법원은 피해자를 일부 성명과 ‘그 기동대 소속 전경들’로 개괄적으로 적은 공소사실도 특정되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글의 전체 취지가 상부의 진압명령에 불복하겠다는 것이어서 전경들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피해자가 특정되더라도, 그 표현이 실제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인지는 따로 판단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SNS 글에 적용해 보면, 이니셜이나 별명, “전 직장 팀장” 같은 표현만 썼더라도 그 글을 보는 지인, 팔로워, 대화방 구성원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디나 닉네임만 드러나고 그 밖의 사정을 모아도 실제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기준은 글쓴이의 의도보다 그 글을 접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었는지입니다.

‘비방할 목적’은 무엇이고 누가 증명하는가

비방할 목적은 가해의 의사나 목적을 말하고,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의 비방할 목적은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이어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드러낸 사실의 내용과 성질, 공표된 상대방의 범위, 표현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사정과 그 표현으로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정도를 비교·형량해 판단합니다.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 주관적 의도의 방향이 서로 반대이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됩니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에는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되고, 주된 동기가 공익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동기가 섞여 있어도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공익을 내세운 글이라면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는가

글의 주된 동기와 공개 방식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은 비방할 목적을 부정했습니다. 사이버대학교 법학과 학생 약 200명이 가입한 네이버밴드에서 한 학생이 총학생회장 출마에 관해 조언을 구하자, 피고인이 댓글로 전년도에 입후보했다가 사퇴한 학생의 실명을 들며 학생회비도 내지 않고 출마하려 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쓰고 그런 부분은 지양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덧붙인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이 댓글이 출마 자격에 관한 학과 학생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이고,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며 공격적인 표현도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주된 동기가 공공의 이익에 있다고 보아,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반면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은 이른바 배드파더스 사건에서 비방할 목적을 인정했습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이름, 얼굴 사진, 거주지, 직장명 등을 공개한 사이트에 대해,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이라는 공적 관심 사안의 여론 형성에 기여한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다음 사정을 들어 유죄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 신상 공개가 특정된 개별 채무자를 압박해 양육비를 빨리 받아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적 제재 수단에 가깝다는 점
  • 공개 여부를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나 상대방에 대한 사전 확인 절차가 없었고, 지급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공개했다는 점
  •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공개될 때 피해가 매우 큰 반면,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고 익명 자료나 통계로도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는 점
판결쟁점결론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이름을 밝히지 않은 허위사실 적시로 피해자가 특정되는가주위 사정과 종합해 특정인을 지목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특정됨. 유죄 원심 유지(상고기각)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특정 집단 소속원을 개괄적으로 가리킨 허위 글이 명예훼손적 표현인가82도1256 법리 재확인. 다만 글 내용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표현이 아니어서 원심판결 파기환송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학과 밴드 댓글에서 실명을 들어 과거 사례를 언급한 것에 비방할 목적이 있는가학과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주된 동기가 공익. 비방할 목적 부정, 유죄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게시에 비방할 목적이 있는가사적 제재에 가까운 목적, 절차 부재, 과도한 신상 공개를 이유로 비방할 목적 인정. 유죄 원심 유지(상고기각)

코멘트: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 글을 올린 사람(피의자·피고인): 이름을 가렸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므로, 그 글을 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합니다. 공익을 위한 글이었다고 주장하려면 내용이 사실에 맞는지, 공개 범위가 그 목적에 맞게 한정되었는지, 얼굴이나 연락처처럼 목적과 관련 없는 정보까지 드러내지 않았는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 피해자·고소인: 특정성은 다툼이 되기 쉬우므로, 그 글을 본 사람들이 자신을 지목한 것으로 알아본 정황(댓글, 받은 메시지 등)과 게시 범위, 게시 화면과 주소를 남겨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죄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합의 과정에서 그 의미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업·단체: 사내 게시판이나 단체 대화방에서 징계나 분쟁 사실을 알릴 때에는 구성원 전체의 이익과 관련된 범위로 내용과 공유 대상을 좁히고, 실명이나 불필요한 신상정보는 빼는 편이 안전해 보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름을 쓰지 않고 이니셜이나 별명만 썼으면 명예훼손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명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표현의 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차릴 수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Q. 사실을 썼을 뿐인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과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을 드러낸 경우도 처벌합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비방할 목적이 증명되어야 하고, 형법상 명예훼손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10조).

Q. 피해를 알리려는 공익 목적이었다면 비방할 목적이 없는 것 아닌가요?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됩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처럼 공익적 계기가 있었더라도 특정인을 압박하는 사적 제재에 가깝고 얼굴 사진이나 연락처까지 공개했다면 비방할 목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비방할 목적은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이고,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의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Q. 고소한 뒤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죄와 형법 제307조의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형법 제312조 제2항). 다만 다른 죄가 함께 문제 되는 경우에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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