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사업장의 유치권, 신탁사는 어떻게 다툴 수 있나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74243 판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다301350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
요약
공사가 멈춘 신탁 사업장에서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사나 하수급인이 유치권을 내세워 현장을 점유하는 경우가 많고, 수탁자인 신탁사는 유치권부존재확인이나 인도를 구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유치물 일부를 제3자가 쓰도록 둔 사정이 있어도 보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지 않으면 선관의무 위반이 아니고, 위반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필지에 대해서만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위탁자가 실력으로 점유를 빼앗아 유치권을 소멸시킨 뒤 수탁자가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신탁사로서는 소멸 사유를 필지별로 증명하고, 점유 회복 경위를 깨끗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유치권자가 현장 일부를 남이 쓰도록 두면 유치권이 소멸하나
보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사용·대여에 해당해야 소멸청구 사유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민법 제324조는 유치권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할 의무를 지우고, 채무자 승낙 없이 사용·대여·담보제공을 하면 채무자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74243 판결은 해안가에 있는 합계 84,966㎡의 사업부지 사안입니다. 토목공사 수급인은 2008. 10.경부터 144억 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 펜스와 공고문을 설치하고 순찰 인력을 두어 유치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필지에서 인근 주민들이 무단으로 경작해 왔고, 원심은 이를 허락하거나 묵인했다며 소멸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무단경작 면적은 2,148㎡로 90여 곳에 흩어져 있었고, 공사 전부터 이어진 경작이었으며, 유치권자가 대가를 받은 정황도 없었습니다. 방대한 토지 전부를 늘 감시하며 출입을 봉쇄하라고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보았고, 장기간 방치된 임야여서 토지의 가치나 효용이 부당하게 줄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묵인이 있었더라도 보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사용이나 대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러 필지 중 일부에서만 위반이 있으면 어디까지 소멸하나
원칙적으로 위반행위가 있었던 필지에 대해서만 소멸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다301350 판결은 하나의 공사대금채권으로 여러 필지에 유치권을 취득한 사안에서 이렇게 보았습니다.
유치권자는 일부 필지를 주차장과 차고지로 쓰도록 허락하거나 묵인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321조의 불가분성은 유치권자를 위한 규정이므로, 이를 근거로 위반이 없는 필지의 유치권까지 소멸한다고 보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소멸청구는 선관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이므로 위반 정도에 비례해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이익균형에 맞다는 설명입니다.
이 사건에서 소유자 지위는 소송 도중 토지를 신탁받은 신탁사가 승계참가로 이어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직접 판결하면서, 위반 필지는 인도를 명하고 나머지 필지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인도하라는 상환이행을 명했습니다.
소유권을 넘겨받기 전에 있었던 위반을 이유로 소멸청구를 할 수 있나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은 유치권자가 소유자 승낙 없이 건물을 4년 4개월간 임대한 뒤, 그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소멸청구를 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임대가 소유권 취득 전의 일이라며 소멸청구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소멸청구가 채무자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재 규정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 임대 뒤에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준비서면 송달로 소멸청구 의사를 표시했고, 그 송달 때부터 유치권이 소멸해 유치권자 측은 점유할 권원이 없으므로 인도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진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전 기간의 거주는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과실수취권(민법 제323조)에 따라 피담보채권 변제에 충당되었으므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매수인 사안이지만, 신탁으로 소유권을 넘겨받은 신탁사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위탁자가 점유를 되찾아 온 뒤 수탁자가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할 수 있나
점유를 실력으로 빼앗은 경위라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의 2021다274243 판결의 두 번째 쟁점입니다.
1심이 일부 필지의 유치권만 소멸했다고 판결하자, 토지를 신탁한 위탁자의 대표이사가 철거집행 전 현장을 찾았다가 관리인이 없고 출입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보고 직원과 용역 30여 명을 데리고 점유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유치권 공고문을 없애고 펜스와 CCTV, 출입금지 표지판을 설치했습니다. 원심은 폭력 등 물리력을 쓰지 않았다며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유치권을 알면서 점유침탈로 유치권을 소멸시켰는데, 그로부터 신탁받은 수탁자가 위탁자를 통해 간접점유를 얻은 다음 유치권자가 점유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워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았습니다. 위탁자의 불법행위로 생긴 상황을 수탁자의 이익으로 원용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 판결 | 쟁점 | 결론 |
|---|---|---|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74243 판결 | 일부 필지 무단경작 묵인이 선관의무 위반인지, 위탁자의 점유침탈 후 수탁자의 유치권부존재확인 청구가 허용되는지 | 위반 아님, 권리남용으로 허용 안 됨 (파기환송) |
|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다301350 판결 | 여러 필지 중 일부 필지의 선관의무 위반 시 소멸 범위 | 위반 필지에 한해 소멸, 나머지는 상환이행 (파기자판) |
|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 소유권 취득 전 무단임대를 이유로 새 소유자가 소멸청구할 수 있는지 | 가능, 소멸청구 의사표시가 송달된 때부터 소멸 (파기환송) |
|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 | 유치권확인 소송 제기가 공사대금채권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지 | 재판상 청구에 준해 중단 효력 인정 (파기환송) |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는 어떻게 되나: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
공사대금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고(민법 제163조 제3호),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도 피담보채권의 시효는 진행합니다(민법 제326조). 이 사건 원심은 유치권확인 소송에서 공사대금채권을 주장한 것만으로는 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며 건물 소유자의 시효 항변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공사업자들이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낸 유치권확인 소송에서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주장하고, 그 존부에 관한 실질적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권리 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소송 제기는 각하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담보채권에 관한 재판상 청구에 준하여 시효중단 효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신탁사로서는 시효 항변을 검토할 때 유치권자가 그동안 어떤 소송을 냈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코멘트: 실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유치권 분쟁은 ‘유치권이 있는가’보다 ‘언제, 어느 필지에서, 어떤 경위로’ 소멸했는지를 따지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 신탁사: 소멸청구 사유는 필지(또는 호실)별로 특정하고, 무단 사용의 범위·기간·대가 여부 같은 사정을 자료로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위탁자나 시행사가 현장을 직접 확보하려 할 때는 그 경위가 수탁자의 청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법적 절차에 따른 인도집행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 대주(우선수익자): 공매나 처분 일정을 잡기 전에 유치권 주장 범위와 피담보채권액, 소멸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만 소멸하면 나머지는 상환이행 부담이 남을 수 있습니다.
- 시공사·하수급인: 유치권을 행사하는 동안에도 공사대금채권의 시효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장을 제3자가 쓰도록 허락하거나 임대하면 소멸청구 사유가 될 수 있고, 그 효과는 나중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에게서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위탁자(시행사): 1심 판결이 일부 유리하게 나왔더라도 판결에 따른 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력으로 점유를 확보하면, 오히려 신탁사의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계약서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치권자가 현장 일부를 다른 사람이 쓰도록 두었다면 유치권이 바로 소멸하나요?
바로 소멸하지는 않고, 소유자 등이 소멸청구를 해야 합니다. 또 그 사용이 유치물 보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었는지를 유치물의 특성, 점유 태양, 대가 수령 여부 등으로 따져 판단합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74243 판결).
Q. 한 필지에서 위반이 있으면 사업부지 전체의 유치권이 없어지나요?
원칙적으로 위반행위가 있었던 필지에 대해서만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유치권의 불가분성은 유치권자를 위한 규정이어서 위반 없는 필지까지 소멸시키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다301350 판결).
Q. 신탁을 받기 전에 있었던 무단임대를 이유로 신탁사가 소멸청구를 할 수 있나요?
대법원은 위반 임대 뒤에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매수인 사안이지만, 신탁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참고할 수 있어 보입니다.
Q. 위탁자가 현장을 먼저 확보해 두면 신탁사에 유리하지 않나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유치권을 알면서 점유를 빼앗은 뒤 수탁자가 그 결과를 내세워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74243 판결).
Q. 유치권만 행사하고 공사대금 소송을 내지 않으면 시효가 지나나요?
유치권 행사만으로는 피담보채권의 시효 진행이 멈추지 않습니다(민법 제326조). 다만 유치권확인 소송에서 공사대금채권의 존재를 주장하고 실질적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시효중단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